아마스타시아의 시간. (가제)

어둑한 하늘을 수놓으며 하나 둘 별이 피어났다. 흔히 이 지방 사람들이 아마스타시아(Amastacia)의 시간이라고 부르는 때였다. 하늘의 별을 보고 별 꽃이라고 표현하는 숲속 요정들의 영향이었다.

하늘에 날아가는 밤눈이 밝은 새를 보고 개가 목청것 울음을 울렸다. 컹컹- 소리에 날아가는 새가 한바퀴 하늘을 선회하며 그들을 굽어보고 사라진다.

파오론(Paoron)은 낡아빠진 수레바퀴 축에 쐐기를 단단히 찔러 넣으며 투덜거렸다. 그의 곁에는 커다란 점박이 개 뿐만 아니라 아직 채 정리되지 못한 짐들이 두꺼운 마직 자루에 담긴 채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자루 위에는 물품 이름의 스탬프가 찍혀 있었는데, 꽤 오랫동안 사용한 것인지 이제는 거의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입김을 손에 불며 파오론은 손길을 재촉했다.

 

지평선 멀리까지 야트막한 동산과 접해있는 하늘은 천천히 그 색을 물들이며 수레의 주인 파오론의 마음을 급하게 만들었다. 완전히 해가 지기 전에는 산장이나 쉴 수 있는 장소를 찾아가고 싶었다. 커다란 점박이 개는 완전히 눈을 뒤덮은 북실 북실한 털을 펄럭이며 주인의 곁에서 장난을 치고 있었다.

 

“너는 좋겠다. 춥지 않아서.”

“왕!”

 

커다란 점박이 개 - 이름도 외모처럼 스팟(Spot)이었다. - 는 주인의 불평에 커다랗게 짖음으로서 대답했다. 파오론은 개를 보고 신세한탄하는 자신의 한심한 작태에 가볍게 한숨을 내 쉬고는 나뭇가지를 모으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오늘은 야숙을 해야 할 듯 했다.

파오론은 먼저 짐을 잘 쌓아 등을 기댈 수 있게 만들었다. 수레 구석에서 얌전히 완충용으로 사용하던 오래 된 회색 담요도 꺼내 바닥에 잘 깔고 불을 피울 수 있게 바닥을 파고 주변에 풀을 베어냈다. 이 곳, 아스트렐라 고원은 현지인들은 별이 내리는 언덕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사람들이 사는 마을에서 얼마 올라오지 않아 있는 곳이니 사람들이 언덕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해는 가는 일이지만.

 

“춥단 말이지. 으흐흐흐······.”

 

적당히 사각진 턱이 추위에 떨리며 울음도 아니고 웃음도 아닌 이상한 소리가 절로 흘러나왔다. 파오론은 이대로는 동사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재빨리 잘 마른 풀을 한웅큼 집어 들고 장작으로 쓰기 좋은 나뭇가지들을 자루 안에서 꺼냈다. 별이 내리는 언덕에는 나무는커녕 무릎을 덮는 수풀만 만나도 운이 좋은 곳이었으니까.

 

“북녁별이 흐리흐리한 걸 보니 내일은 비라도 올 모양인가.”

추위에 곱을 것 같은 손을 점박이 개의 목털 속에 집어넣고 털을 쑤석쑤석 매만지고 있는데 저 멀리서 사람으로 보이는 형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짐을 한 짐 지고 있는 것이 자신과 같은 떠돌이 상인인 것 같았다. 아스트렐라 고원에 올라올 수 있는 사람이니 안심할 수 있을 것이다.

수도나 대도시 사람들은 대게 미신으로 치부하지만, 이 곳 아스트렐라에는 아직도 요정들의 축복이 살아 숨쉬고 있어 악인들은 고원의 초입 숲속에서 길을 잃고 나무의 양분이 된다고 한다. 그리고 그 믿음은 자신이 아스트렐라를 상행삼아 돌아다닌지 10년이 지나고 있지만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여행자를 이끈다고 하는 성스러운 빛의 처녀 노르드(Nord)나 심보가 고약한 사내들의 심장을 파먹고 산다고 하는 노파 울룬(Uhlrune) 같은 것은 전설도 아니다. 일단 숲만 들어오면 심심잖게 눈에 띄는 아주 흔한 종류의 ‘환상’ 들이었다.

 

파오론은 이번에도 숲의 마법을 믿고, 건너편에서 오는 상인 동료에게 불이 붙은 나뭇가지를 흔들어 자신의 옆 자리를 내 주었다.

 

* * * * *

 

 


덧글

  • 물시계 2011/02/26 08:34 #

    목가적인 분위기 좋네요. 사이사이에 폰트가 달라진 의미는 뭘까 잘 모르겠지만요 ㅎㅎ;
    잘 읽고 갑니다.
  • 인형사 2011/03/18 21:56 #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이글루에서 폰트 설정을 일부 씹어먹은 모양입니다. 한글에서 복붙 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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